어부(漁夫) -이 옥-
● 본문
물이 하나의 국가라면, 용은 그 나라의 군주이다(은유). <어족(魚族) 가운데 큰 것으로 고래, 곤어(상상의 큰 물고기), 바다 장어 같은 것은 그 군주의 내외 여러 신하이고, 그 다음으로 메기, 잉어, 다랑어, 자가사리 종류는 서리나 아전의 무리이다. 그 밖에 크기가 한 자가 못 되는 것은 수국(水國)의 만백성들이다.>(물고기와 인간을 비교하며, 크기와 힘에 따라 분류함) 그 상하에 서로 차서(次序, 차례)가 있고 대소(大小)에 서로 거느림이 있는 것은 또 어찌 사람과 다르겠는가?
* 현실 세계를 수국에 빗댐.
이 때문에 용이 그 나라를 경영함에 가물어 물이 마르면 반드시 비를 내려 이어주고, 사람들이 물고기 씨를 말릴까 염려하여 겹겹이 물결을 일렁이어 덮어 주니, 그것이 물고기에게는 은혜가 아닌 것은 아니다.(작고 여린 물고기를 보호해 주는 용의 은혜 = 백성을 어질게 살피는 임금의 모습)
* 군주인 용이 은혜로써 나라를 다스림.
그런데 물고기에게 자애로운 것은 한 마리 용이고, 물고기를 못살게 하는 것은 수많은 큰 물고기들(탐관오리, 포악한 관리들)이다. <고래들은 조류를 따라가며 들이마셔 작은 물고기를 자신의 시서(詩書)로 삼고(시와 그림의 소재로 삼는다는 의미(하찮게 여김)), 교룡(상상의 동물. 모양이 뱀과 같고 몸의 길이가 한 길이 넘으며 넓적한 네 발이 있고 가슴은 붉고 등에는 푸른 무늬가 있으며 옆구리와 배는 비단처럼 부드럽고 눈썹으로 교미하여 알을 낳는다고 함), 악어는 물결을 다투어 삼키고 씹어 먹어 작은 물고기를 거친 땅의 농사로 삼으며, 문절망둑, 쏘가리, 드렁허리, 가물치 족속은 사이를 노리고 틈을 잡아 덮쳐서 작은 물고기를 은과 옥(물질적 욕망, 사리사욕)으로 삼는다.>(힘없는 백성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관리들을 큰 물고기에 비유) 강자는 약자를 삼키고 지위가 높은 것은 아랫것을 사로잡는다. 진실로 그러한 행위를 싫증 내지 않는다면 물고기들은 반드시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사리사욕을 채우고자 백성을 괴롭히는 관리들의 행태를 강한 어조로 비난)
*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현실 상황
슬프다! <작은 물고기가 없다면 용은 뉘와 더불어 군주 노릇을 하며, 저 큰 물고기들이 또한 어찌 으스댈 수 있겠는가?>(백성이 나라의 바탕이 됨을 강조) 그러므로 용의 도(道)란(백성들에 대한 시혜 < 탐관오리 엄벌) 그들에게 구구한 은혜를 베풀어 주는 것보다 먼저 그들을 해치는 족속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 백성을 수탈하는 관리들을 물리치는 것이 군주가 할 시급한 일임.
아아, 사람들은 물고기에게만 큰 물고기(부정적 존재)가 있는 줄 알고 사람에게도 큰 물고기가 있는 줄을 알지 못한다.(관리들의 수탈이 눈에 띄지 않음) 그러니 물고기가 사람을 슬퍼하는 것이 사람이 물고기를 슬퍼하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을 어찌 알겠는가?(사람이 물고기를 딱히 여기는 것보다 물고기가 사람을 딱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큼. 인간 세계의 부당한 모습이 심각하다는 것을 풍자함.)
* 불합리한 현실을 사람들이 깨닫지 못함.
● 감상 및 이해
이옥(1760~1812)은 조선 후기의 문인으로, 다양한 인물군과 사건을 소재로 조선후기 사회상에 대해 비판적인 소설을 썼다. 작품으로는 야담적 요소가 스며들어 있는 '가자송실솔전' '심생전' 등이 있다.
국가의 상황을 물속의 세계에 빗대고, 군주를 '용'에, 여러 신하를 '큰 물고기'에 빗대어 현실 세계를 비판한 고전수필이다. 나라의 근본은 '작은 물고기'인 백성이므로 백성들을 수탈하는 '큰 물고기' 즉 관리들을 잘 다스리는 것이 군주로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임을 주장하고 있다.
비유를 통해서 당시 관리들을 비판하고 있다. 용은 물이 마르면 반드시 비를 내려주고 물결을 덮어주는 등 물고기에게 은혜를 내리고 있지만, 수많은 큰 물고기들은 작은 물고기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괴롭힌다. 즉, 이 글을 쓸 당시 왕은 백성들을 위해 정치하며 자애롭지만, 그 밑의 신하들과 벼슬아치들은 백성들을 부리며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데에만 눈이 멀어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으며, 작가는 왕에게 백성을 괴롭히는 신하들을 물리쳐야 함을 호소하고 있다.
● 정리하기
▒ 성격 및 갈래 → 고전수필
▒ 특성
1) 유추적 사고와 우의적 표현
▒ 주제 → 현실 비판과 군주의 올바른 정치 방향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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