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곡(嘗春曲)                        - 정극인-

● 서사

   

 

● 본사1

   

 

● 본사2

   

 

● 본사3

   

 

● 결사

   

-<불우헌집>-

 [ 해설 및 감상 ]

이 작품은 전장(全章) 79구로 이루어진 가사로, 작자가 고향에 돌아와 자연에 묻혀 살 때 지은 것이다. 속세를 떠나 자연에 몰입하여 봄을 완상하고 인생을 즐기는 지극히 낙천적인 성격노의 노래이다. 조선시대 사대부 가사의 첫 작품이자, 산림 처사로서의 생활을 다루는 은일지사의 첫 작품으로 자연을 기리는 송가(頌歌)이면서 또한, 자연을 소재로 하여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주제를 부각시켜 소위 사림파 문학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연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은일지사의 한정과 물아일체의 경지와 취락을 즐기는 풍류의 미학이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산중에 거처하며 봄날의 흥취에 한껏 젖어 온갖 풍류의 즐거움을 느낀다. 높은 산에 올라 수많은 마을을 바라보니 더욱 아름답다. 이러한 자연의 품 안에서 부귀와 공명을 욕심내지 않고 청풍과 명월을 벗하는 안빈낙도의 생활 자세를 지니며 살아가겠다는 내용의 '상춘곡'은 가사 문학의 첫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고려 말의 승려인 나옹화상 혜근이 지었다는 <서왕가(西往歌)>가 이 갈래 문학 작품의 시작이라는 학설도 있다.

한편, 이 노래는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표방하는 은일가사(은일가사)의 첫 작품으로, 또한 송순과 정철로 이어지는 호남 가단 형성의 계기가 되는 작품으로도 평가된다. 초기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리 선조들의 전통적인 자연관이 무엇인가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서양에서 자연은 전통적으로 인간이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던 반면, 동양에서 자연은 인간과 조화를 이루며 '곁에 두고 즐기는' 친근한 대상으로 존재해 왔다. 이러한 인식은 이 작품의 화자가 보여 주는 삶의 태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화자는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 사는 즐거움을 자랑스럽게 노래하며, 안분지족의 생활 철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 내용 분석 ]

[1] 홍진에~되여셔라

▶ 소주제 : 풍월주인(風月主人)이 되어 불 지락(至樂)을 누림.(풍류생활을 즐기는 은일지사의 기상)

▶ 요지 :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淸風明月의 主人이 되어 至樂을 누림.

▶ 풀이 : 세속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한고? 옛 사람의 풍류를 따를 것인가 못 따를 것인가? 천지간 남자의 몸이 나와 같은 사람이 많건마는, 산림에 묻히어서 지극한 즐거움을 모른다는 말인가? 초가삼간을 시냇물 앞에 두고, 소나무와 대나무 울창한 속에 자연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구나.

▶ 시구 해석 : 화자는 속세에 사는 사람들인 '홍진에 뭇친 분'과 '천지간 남자'와 대조되는 존재인 동시에 '옛 사람'과 비교되며 '풍월주인'과 등가(等價)의 존재이다. 이러한 화자가 세속을 떠나 안주하는 공간으로 정한 곳이 '수간모옥'이다. 자연 속에 묻힌 화자가 되돌아보는 '홍진에 뭇친 분'은 세속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고, '천지간 남자 몸'은 세속 공간을 싫어하면서도 그 곳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내 생애'와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의 삶은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지닉 있기에 화자는 이들에 대한 미련을 끊지 못한다. 그러기에 화자가 찾는 위안은 '옛 사람'의 풍류요, 세속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풍월주인으로 자연과 어울리는 길이 있을 뿐이다. 수간모옥의 배경인 '벽계수'는 자연친화를 '송죽'은 청빈한 삶을 떠받쳐 주는 매체들이다. 그러므로 '수간모옥'은 성(聖)과 속(俗)의 경계 공간이다.

 

[2] 엊그제 ~ 호재로다.

▶ 소주제 : 한중진미(閒中眞味)의 생활(生活)

▶ 요지 : 봄날의 경치에 도취되어 소요음영(逍遙吟詠)하는 한중진미(閒中眞味)의 생활

▶ 풀이 : 엊그제 겨울 지나 새 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저녁 햇살 속에 피어 있고, 푸르른 버들과 꽃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오려낸 것인가, 붓으로 그려낸 것인가? 조물주의 신비한 공덕이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이기어 소리마다 아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나 흥이 이와 다르겠는가? 사립문 앞을 이리저리 걸어도 보고, 정자에 앉아도 보며, 천천히 거닐며 시를 읊조리니 산 속의 하루하루가 적적한데, 한가한 가운데 맛보는 진정한 즐거움을 아는 사람 없이 혼자로구나.

▶ 시구해석 : 눈부신 아침 햇살 속에 밝게 전개되는 춘경이 아니라 밝음과 어둠의 경계인 석양에, 그리고 밝음을 차단하며 하강하는 가는 비 중에 더욱 아름답고 푸르게 보인다. 이처럼 명암을 공유하고 있는 조물주의 위대한 창조물인 춘경(春景)은 수풀에 우는 새를 통하여 그 양면성이 더욱 선명해진다. 겨울과 여름의 시간적 경계인 새 봄과 연관되는 이 새는 땅과 하늘의 매개항으로서, 인가 근처에 서식하며 지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으면서 동시에 하늘고 비상할 수 있는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어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 공간을 들락거리는 화자 자신의 감정이 이입된 객관적 상관물이다. 춘경에 몰입했던 내면세계는 사립문을 거닐다가 외부 공간인 정자로 향한다. 그리고 산 속의 하루는 소요음영(逍遙吟詠)하고 한중진미(閑中眞味)가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적적하고 혼자인 고독한 공간이다. 화자는 보다 더 광활한 외부 세계로의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3] 이바 니웃드라 ~ 옷새 진다.

▶ 소주제 : 아름다운 봄 풍경에 젖어 즐거움을 누림.

▶ 요지 : 아름다운 봄 풍경을 구경하면서 한 잔의 술과 더불어 풍류를 즐김.

▶ 풀이 : 여보시오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 가자꾸나. 풀 밟기는 오늘하고 목욕은 내일하세. 아침에 산나물 캐고, 낮에는 낚시질 하세. 막 익은 술을 두건으로 걸러놓고 꽃나무 가지 꺾어 수 놓고 먹으리라. 따뜻한 바람이 문득 불어 푸르른 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잔에 지고 떨어지는 꽃잎은 옷에 진다.

▶ 시구 해석 : '산수 구경'은 외부 세계로의 탈출을 위한 행위이고 결국 자연친화이다. '답청'과 '욕기'는 정치적 야심을 버리자는 자기 다짐이고, '채산'과 '조수'는 부귀공명을 탐하지 말자는 의지의 표출이다. 술을 갈건으로 걸러서 취하도록 마시겠다는 것은 홍진을 미련 없이 털어 버리고 도연명의 '갈건 녹주'하는 행락을 본받겠다는 다짐이다. 술은 도연명이나 이백의 경우를 보더라도 사대부가 현실을 벗어나 이상향을 찾을 수 있는 도구로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4] 준중이 뷔엿거든 ~ 유여할샤.

▶ 소주제 : 봄이 되닌 무릉도원의 선경으로 여겨진다.

▶ 요지 : 맑은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도화를 보니 무릉이 가까운 듯하고 산봉우리에 오르니 아름다운 자연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 풀이 : 술독이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어린 아이에게 술집에 술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 어른은 막대 짚고 아이는 술을 메고, 나직이 시를 읊조리며 천천이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깨끗한 모래 위를 흐르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고 맑은 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 꽃이로구나. 무릉도원이 가깝구나. 아마도 저 들이 그것인가? 소나무 숲으로 난 가느다란 길에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붙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락들이 곳곳에 널려 있네. 아름다운 자연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고,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겨울 들판이던 것이 (이제 보니) 봄빛이 넘쳐 흐르는구나.

▶ 시구 해석 : 도연명처럼 시냇가로 가서 술을 마시며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오는 것이 복숭아 꽃이로구나. 봉두에 급히 오르는 행위는 화자가 한 곳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높은 곳으로 옮아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상승 의지이다. 그리고 구름 속에 앉아(구름 속에 앉은 화자는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속세를 바라보니 비단을 펼친 듯 봄빛이 흘러 넘친다라고 한 것은 화자가 그동안 겪었던 갈등을 극복하였다는 의미이다.

 

[5] 공명도 날 끠우고 ~ 이만한들 엇지하리.

▶ 소주제 : 안빈낙도의 생활에 만족함.

▶ 요지 : 청풍명월을 벗하고 단표누항에 헛된 생각 아니하며 안빈낙도의 생활을 즐김.

▶ 풀이 : 공명도 날 꺼리고 부귀도 날 꺼리니, 청량한 바람과 밝은 달 이 외에 어떤 벗이 있겠느냐. 청빈한 선비의 살림에 헛된 생각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어떠한가.

▶ 시구 해석 : 이제 완연히 부귀와 공명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진 화자는 비록 '단표누항'의 빈한한 처지이지만 속세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자연귀의와 안빈낙도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 핵심 정리 ]

◆ 연대 : 상춘곡의 창작 연대는 확실히 알 수는 없다. 단지 정극인이 만년에 고향인 태안으로 물러가 후배를 교육하던 성종 때에 지었으리라 추정할 뿐이다.

◆ 갈래 : 서정가사, 정격가사, 양반가사

◆ 성격 : 서정적, 예찬적, 묘사적

◆ 문체 : 운문체, 가사체

◆ 구성

* 서사[1] : 은일지사의 풍류생활과 그 기상

* 본사 [2-4] : 춘경(春景)과 춘흥(春興)

* 결사 [5] : 안빈낙도

◆ 주제 : 봄 경치의 완상(玩賞)과 안빈낙도(安貧樂道)

◆ 형식 : 3・4(4・4)조. 전 79구의 연속체로 된 가사 문학

◆ 표현상의 특징

* 39행 79구 4음보(단, 제12행은 6음보)의 정형 가사로 4음보 연속체 율문의 형태로 이루어짐.

* 설의법, 의인법, 대구법, 직유법 등의 여러 표현기교를 사용하고, 고사를 많이 인용하면서 작품 전체를 유려하게 이끌고 있다.

* 화자의 시선이 이동함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으며, 시선은 공간의 이동을 따라 변화되고 있다. 공간이 이동할수록 좁은 공간에서 점점 넓은 공간으로(수간모옥 → 정자 → 시냇가 → 봉두)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 표기법은 창작 당대(15세기)의 것이 아니고, 후손에 의해 <불우헌집>이 간행된 18세기의 음운과 어법에 따르고 있다.

* 주객 전도된 표현 → 공명이나 부귀와 같은 세속적인 욕망을 멀리하고자 하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냄.

◆ 작가의 자연관 : 이 작품의 화자는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 동화된 삶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연은 속세와 대립되는 공간이면서, 완상과 친화의 대상이 되는 공간이다. 화자는 봄의 경치가 아름다움을 예찬하면서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러 취흥에 젖고, 자연을 무릉도원으로 여기면서 안빈낙도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 의의

① 상춘곡- 송순의 면앙정가 - 정철의 성산별곡으로 이어지는 강호가도의 시풍 형성

② 조선 시대 사대부 가사의 첫 작품

③ 산림 처사로서의 생활을 은일 가사의 첫 작품으로 사림파 문학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 출전 : 불우헌집(정조 10년 1786년)

◆ 표기 : 창작 당시(성종)의 기록이 아니라, 조선 정조(1786) 때 그의 후손 정효목이 기록한 것이다.

 [ 참 고 ]

◆ '안빈낙도(安貧樂道)'란?

'安貧樂道'란 소극적으로는 수신지분(修身持分)하는 경지요, 적극적으로는 자기의 긍지 속에서 도(道)를 즐기는 경지를 뜻한다. 이 가치관은 같은 유학적 관점이라도 실학적 경세제민(經世濟民)의 관점에서 보면 안빈낙도관은 소극적 인생관이 되고, 도문적(道文的) 유학관에서 볼 때에는 구도자(求道者)의 적극적인 낙도관(樂道觀)이라 할 수 있다.

 

◆ '상춘곡'에 얽힌 문제

(가) 사적(사적) 위치 → 최초의 가사치고는 너무 세련된 형식이어서 가사 문학의 효시라고 하기 어렵다. 가사의 효시는 고려 말 나옹화사의 '서왕가'라는 견해도 있다.

(나) 작가 → 문헌적 방증이 없어 정극인의 작품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 '상춘곡'에 대한 평가

이 작품은 벼슬에서 물러나 자연에 묻혀 사는 은퇴한 관료의 생활을 읊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서사에는 화자의 대자연의 주인된 기쁨과 여유 있는 생활 태도가 잘 나타나 있으며, 또한 세속에 허덕이는 속류(속류)를 비웃듯 청아한 뜻이 낙천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본사에서 우리는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우아미(優雅美)'가 창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정병욱)

산림 처사로서의 삶을 다루는 은일가사는 부귀와 공명을 꺼리니 청풍이나 명월 아닌 다른 벗이 없다고 해서 내심을 드러낸다. 즉, 밀려나서 은거를 하는 것이 바라지 않던 바일수록 자신이 신선인 양 자부하고 세속적 먼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엾다고 해야 심리적 균형이 맞는다.(윤재호)

 

◆ 사대부 가사 문학의 효시

조선시대 사대부 가사의 첫 작품은 정극인의 '상춘곡'이다. 벼슬을 버리고 향리인 전라도 태안에서 만년을 보내던 1472년(성종3) 무렵 '불우헌가'와 '불우헌곡'을 지어 임금이 베푼 은전에 감격하는 한편으로, 산림처사로 살아가는 것을 만족스럽다고 하는 사연은 '상춘곡'에서 술회했다. '상춘곡'은 사대부 가사의 시작을 말해 주는 작품이어서 소중한 의의가 있다.

'상춘곡'은 후대에 편찬된 문집에 비로소 수록된 작품이고, 표기법이 정극인 시대까지 소급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작가의 진위를 의심하는 견해가 있으나, 후대인의 위작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창작 당시에 표기된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국문 시가나 소설을 다룰 때 거의 공통적으로 당면하는 고민이다. 작품을 베껴적는 사람이 표기법을 바꾸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어서 작자 판별을 위한 증거가 되기 어렵다.

'불우헌가'나 '불우헌곡'에 나타난 생각이 '상춘곡'과 많이 다른 점을 들어 '상춘곡'이 정극인의 작품임을 부인하는 견해는 더욱 부당하다. 임금을 향한 마음과 은거에 대한 자찬은 사대부의 양면성이다. 앞의 것은 어구 열거 방식의 경기체가로 나타내도 되지만, 뒤의 것은 자세한 사정을 말해야 납득할 수 있어서 가사를 필요로 했다고 보면 전환의 담당자였던 정극인의 위치가 드러난다. <중략>

사림파가 택한 자기 표상이 산림처사였다. 지방에서 실력을 쌓아 중앙 정계로 진출하려다가 수난을 겪고 밀려나면, 탐욕을 멀리하는 산림 처사가 되어 산수를 벗삼아 고결하게 사는 것이 가장 값지다고 하는 데 은일 가사만한 것이 없었다. 은일가사의 정착과 더불어 가사는 풍부한 내용과 세련된 표현을 갖추어 경기체가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 2', 지식산업사, 2005-

 [ 교과서 학습 활동 ]

1. 이 작품은 자연 속에 묻혀 지내는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다음 시구들이 의미하는 바를 정리해 보자.

(1) 풍월주인(風月主人) → 청풍명월을 자신의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 즉 자연을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화자는 대자연의 주인인 풍월주인으로서 '녯 사람'의 풍류와 여유 있는 생활 태도를 통해 세속을 벗어난 즐거움을 표현하였다. 서사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속세를 떠나 작자가 묻혀 살고 있는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풍월주인'은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표현임.)

  • (2) 조화신공(造化神功) →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능력. 겨울이 지나고 돌아온 새봄의 자연이 조물주의 신기한 솜씨로 이해 야단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는 표현. 본사의 춘경으로서, 집 주위의 아름다운 봄 경치를 노래하고 있다.

  • (3) 물아일체(物我一體) → 자연과 내가 한몸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표현한다. 본사의  춘흥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작자의 유유자적한 생활이 효과적으로 그려져 있다.

  • (4) 한중진미(閑中眞味) → 한가로우 속의 참다운 즐거움. 시비, 정자, 산일을 소재로 하여 집 근처에서 봄 경치를 즐기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 (5) 단표누항(簞瓢陋巷) → 청빈한 생활을 하는 누추한 마을, 즉 소박한 생활을 뜻한다. 결사 부분에 표현된 소재로 화자는 비록 '단표누항'의 빈한한 처지이지만 자연을 벗삼아 안빈낙도하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2. 다음 사항들을 정리해 보자.

    (1) 작자가 자연을 바라보는 입장 → 자연을 예찬하는 강호가도의 입장을 보인다. 자연미(봄 경치)의 발견과 예찬,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러 취흥에 빠진 채 안빈낙도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 속의 삶을 무릉도원으로 여기는 작자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 준다.

  • (2) 작품에 드러난 작자의 세계관 →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자연과 동화된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안분지족하는 이상적인 삶을 드러내고 있다. 즉 자연과의 조화를 통한 안빈낙도의 생활 철학을 드러내는 것이다.

     

    3.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이러한 삶의 태도는 어떠 의의가 있는지 함께 토론해 보자.

    → 산업 시대의 개막 이래 여러 세대들은, 자연을 지배하고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오며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행복을 가져다 주고 개인적인 자유가 보장되리라는 약속을 굳게 믿어 왔다. 그러나 산업 시대는 결국 이 약속들을 이행하는 데 실패하였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든 욕망의 무한정한 충족은 안녕을 가져다 주지 않으며 그것은 또한 우리를 행복의 길로 이끌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사유 재산, 이윤, 힘을 지주로 삼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리하여 취득하는 것, 소유하는 것, 이윤을 남기는 것을 산업 사회에서 살고 있는 개인의 신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재산을 획득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데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좀처럼 생존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 관심을 두지 않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 양식을 가장 당연한 생존 양식으로, 심지어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생활 양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에 인류는 오랫동안 '가난'을 추구하는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가난이 도덕적인 이상이 되면 그에 상응하여 화폐의 취득은 가장 위험한 유혹, 진정한 악으로서 혐오의 대상이 된다. 영혼의 구원이 최종 목표로 간주될 때, 많은 교리에서는 가난이 긍정적이며 필수적인 수단으로 해석되고 때로는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넘어 그 자체가 중요하고 타당한 가치로서의 권위를 가지게 된다.

    우리의 고전 시가에는 안빈낙도의 이념을 노래하는 것이 많이 있다. 이러한 안빈낙도의 의식은 물질에 대한 욕구를 버림으로써 얽매이지 않을 수 있고,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얻어 마침내 편안해질 수 있다는 생각과 관련된다. 이처럼 버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자유야말로 인간의 인간다움에 관한 성찰을 가능하게 해 준다. 따라서 오늘날의 우리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세심하게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교과서 활동 다지기 ]

    1. 수간모옥과 어우러진 자연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린 다음 그 느낌을 말해 보자.

    → 작은 초가집 앞에 냇물이 흐르고 주변에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하여 상쾌하고 속박 없이 편안한 느낌이 든다.

     

    2. 다음은 화자가 이동한 공간을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다. 각 공간에서 화자가 본 것을 찾아보고, 그곳에서의 화자의 태도 및 정서를 파악해 보자.

    이동 공간

    수간모옥(數間茅屋)

    정자(亭子)

    시냇가

    봉두(峰頭)

    화자가 본 것

    벽계수, 송죽

    도화 행화, 녹양방초, 새

    도화, 들녘

    천촌만락, 연하일휘, 들

    화자의 태도 및 정서

    풍류생활에 대한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낌.

    봄의 경치에 도취됨.

    자연에 몰입하고 자연을 이상향으로 여김.

    자연 속에서의 소박한 삶에 만족함.

     

    3, 다음 시구를 통해 화자가 자연과인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추리해 보자.

    ♠ 물아일체어니 흥이야 다를소냐.

    ♠ 청향은 잔에 지고 낙홍은 옷에 진다.

    ♠ 청풍명월 외에 어떤 벗이 있을까.

    → 화자는 자연 속에서의 삶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며 완전히 몰입하고 있고, 속세의 모든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어울리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4. 다음 시와 '상춘곡'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에 대해 이해해 보자.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짐승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1) '상춘곡'과 '산이 날 에워싸고'에서 의미가 대응되는 시구를 찾아 묶어 보자.

     

    '상춘곡'

    '산이 날 에워싸고'

    산림에 뭇쳐 이셔

    산이 날 에워싸고

    수간모옥을 벽계수 앏픠 두고

    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

    송죽 울울리예 풍월주인 되여셔라.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공명도 날 끠우고 부귀도 날 끠우니 ~ 아모타 백년행락이 이만한들 엇지하리.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2) (1)을 바탕으로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화자의 가치관을 파악해 보자.

    →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자연치화적인 가치관이 드러나 있다.

     

    (3) 전통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두 작품의 관계에 대해 모둠별로 토의해 보자.

    → (예시) '산이 날 에워싸고'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지향하는 자연친화적인 특질이 드러나 있다. '상춘곡'과 마찬가지로 세속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작품을 우리의 전통 문학에서 쉽게 살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은 자연을 순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해 왔으며, 문학에서 이러한 전통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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