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悲歌) -이정환- |
|
반 밤중에 혼자 일어나 묻노라 이내 꿈아 만리(萬里) 요양(遼陽)을 어느 사이에 다녀온고 반갑다 학가선용(鶴駕仙容)을 친히 뵌 듯하여라
풍설(風雪) 섞어친 날에 묻노라 북래사자(北來使者)여 소해 용안(小海容顔)이 얼마나 추우신고 고국의 못 죽는 고신(孤臣)이 눈물 계워 하노라
후생(侯生) 죽은 후에 항왕(項王)을 뉘 달래리 초군(楚軍) 삼년에 간고(艱苦)도 그지없다 어느 제 한일(漢日)일 밝아 태공(太公) 오게 할꼬
박제상 죽은 후에 임의 시름 알 이 없다 이역 춘궁(異域春宮)을 뉘라서 모셔 오리 지금에 치술령 귀혼(歸魂)을 못내 슬퍼하노라
모구(旄丘)를 돌아보니 위(衛) 사람 어여쁘다 세월이 자로 가니 칡줄이 길었어라 이 몸의 해어진 갖옷을 기워 줄 이 없어라
조정을 바라보니 무신(武臣)도 하 많아라 신고(辛苦)한 화친(和親)을 누구를 위해 한 것인고 슬프다 조구리(趙廐吏)가 이미 죽으니 참승(參乘)할 이 없어라
구중 달 밝은 밤에 성려(聖慮) 일정 많으려니 이역(異域) 풍상(風霜)에 학가(鶴駕)인들 잊을소냐 이 밖에 억만창생을 못내 걱정하시는구나
구렁에 난 풀이 봄비에 절로 길어 알을 일 없으니 그 아니 좋을소냐 우리는 너희만 못하여 시름 겨워 하노라
조그만 이 한 몸이 먼 곳에 떨어지니 오색 구름 깊은 곳에 어느 곳이 서울인고 바람에 지나는 검줄 같아서 갈 길 몰라 하노라.
이것아 어리석은 것아 잡말 말아라 칠실(漆室)의 비가(悲歌)를 뉘라서 슬퍼하리 어디서 탁주 한 잔 얻어 이 시름 풀까 하노라
|
|
[ 현대어 풀이 ] |
|
|
|
[ 이해와 감상 ] |
|
병자호란의 국치(國恥)를 통분히 여겨 지은 연시조로 모두 10수이다. 첫째 수는 한밤중에 꿈을 깨어 혼자 일어나 청(淸)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昭顯世子)의 학가선용(鶴駕仙容)을 만나고 온 이야기의 술회로 시작된다. 여섯째 수에서는 조정에는 무신(武臣)도 많건만 화친(和親)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되물어 안타까운 마음을, 마지막 열 번째 수에서는 '이거사 어린 거사 잡말 마라스라 / 칠실의 비가를 뉘라셔 슬퍼하리 / 어디서 탁주 한 잔 얻어 이 실람 풀까 하노라."라고 하여 국치의 비분강개를 꾸밈없는 직선적인 어법으로 노래하고 있다. 각 수의 뒤에는 자신의 한역시(漢譯詩)를 붙였는데, 한결같이 5언 6구의 직역시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은 『송암유고』에 전할 뿐, 다른 시조집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 이로 보아 이 작품이 가창을 통해서는 유포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병자호란을 내용으로 한 대표적인 시조 작품이며, 특히 연시조 형식으로는 이 작품이 있을 뿐이다. 원래 제목은 '국치비가(國恥悲歌)'이며, 작자의 문집인 『송암유고』에 실려 있다. 제작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작품의 소재인 병자호란의 국치와 이정환의 사망 연대로 보아 1636(인조 14)에서 1673(현종 14) 사이로 추정된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하고,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두 왕자와 왕자 대신들이 볼모로 잡혀간 데 대한 비분강개의 심정과 왕세자를 비롯해 잡혀 간 사람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노래이다. 전 10수로 된 연시조로 원래 제목은 '국치비가'이다. 병자호란을 내용으로 한 연시조 형식의 유일한 작품인 이 시조는 나라를 빼앗긴 상황 속에서 신하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이 절실한 언어로 잘 표현되어 있다. 청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를 꿈에서 만나고 온 이야기로 시작하여 국치의 비분강개를 꾸밈없고 직선적인 어법으로 노래하고 있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인인 작자가 병자호란의 국치를 당한 뒤 벼슬을 버리고 두문불출, 비분강개하여 지은 시조이다. |
|
[ 정리 ] |
|
◆ 형식 및 갈래 : 평시조, 연시조, 우국시, 국치비가 ◆ 특성 * 중국의 고사를 인용 * 상징과 대조법이 돋보임 * 영탄적, 비탄적 어조 ◆ 구성 * 제1수 :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꿈에서 봄(창작 동기). * 제2수 : 왕세자에 대한 염려(세자에게 바치는 지극한 충정) * 제3수 : 세자와 대군을 모시고 돌아올 사람이 없음을 한탄함. * 제4수 : 왕자를 구해 올 사람이 없음을 탄식함. * 제5수 : 자신의 신세와 나라의 형편을 한탄함. * 제6수 : 화친파를 비난하고 무신들을 질책함. * 제7수 : 근심 많은 임금님에 대한 걱정 * 제8수 : 시름 많은 사람의 한평생을 노래함. * 제9수 :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 * 제10수 : 국치의 울분을 술로 달래고자 함. * ◆ 주제 : 국치에 대한 비분강개 / 존명배청(尊明排淸)의 선비의식 ◆ 문학사적 의의 : |
|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