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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 전 -작자 미상-
<앞부분 줄거리> 수박 형상을 하고 김규의 아들로 태어난 김원은 열 살이 되도록 허물을 벗지 못하고 살아간다. 차설(且說, 사건을 전환할 때 상투적으로 쓰이는 말), 이때 원의 나이가 열 살이었다. 원이 마음속에 생각하되, '내가 무슨 죄악으로 10세가 되도록 허물(수박 형태의 괴물 탈)을 벗지 못하고, 어느 시절에 세상을 구경하리오.' 하고 차탄하기를(한숨지어 탄식하기를) 마지 아니하였다. 이윽고 방문이 저절로 열리며 붉은 도포를 입은 선관(仙官, 도교적 요소)이 들어와 옥으로 만든 채찍으로 원을 세 번 치며 말하기를, "남두성(南斗星, 천상의 세계에서의 김원)아, 네 죄악이 다 하였으매 옥황상제께서 나를 보내시어 네가 쓰고 있는 보자기를 벗기고 오라 하시매 내가 이곳에 와서 보자기를 벗기고 가노라. 이 보자기를 가져가고 싶으나 두고 가는 것은 너의 부모께서 이런 줄을 자세히 모를 것이니, 이 보자기를 두었다가 이 말씀을 아뢰어라. 60년 후면 자연 다시 만나리라. 할 말이 무궁하나 하늘의 뜻을 누설하지 못하나니 백 세가 되도록 무양(無恙, 몸에 탈이 없이 지내다)하라." 하고 갑자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원이 보자기를 벗고 보니 방 안에 아무것도 없고 다만 천서(天書, 하늘의 이치를 기록한 책) 세 권이 놓여 있었다. 책을 끌러 보니 마음이 넓어져서 청천(晴天)에 올라 사해를 굽어보는 듯, 소견이 저절로 열려 백만 가지 일에 모를 것이 없었다(출중한 지혜의 획득). * 허물을 벗은 김원 <중략 부분 줄거리> 김원은 부모님께 그동안 허물을 쓰고 있었음을 자세히 고하고, 뛰어난 능력으로 도원수가 되어 지하국에 들어가 아귀를 처치하고자 한다. 원수(도원수 김원)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되, '이놈을 세상에 머물러 두면 천하에 근심이 되리라.' 백계(百計, 여러 가지의 꾀, 또는 온갖 계교)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깨달아 공주께 아뢰기를, "독한 술을 많이 빚어 좋은 안주를 장만하여야 계교를 베풀리이다." 세 공주가 여러 여자를 데리고 약속을 정한 후에, 십여 일이 지나매 원수가 여러 여자를 청하여 여차여차하게 계교를 갖추고 기다리라고 하였다. 이때 아귀가 칼에 상한 대골이 거의 다 나으니, 모든 시녀를 불러 말하기를, "내 병이 조금 나았으니 4, 5일 후 세상에 나가 남두성을 잡아 죽여 내 분함을 풀리라. 너희는 나를 위하여 마음을 위로하라." 여자들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각각 호주(胡酒, 중국 술, 고량주)와 성찬(盛饌, 풍성하게 잘 차린 음식)을 가지고 권하기를, "대왕이 상처가 나으시면 첩 등의 복인가 하나이다. 수이 차도를 얻사오면 남두성 잡기야 어찌 근심하리오? 주찬(술과 안주)을 대령하였사오니 다 드셔서 첩 등의 우러르는 마음을 즐겁게 하소서."(구밀복검) 아귀가 이 말을 듣고 술을 가져오라 하거늘, 여러 여자가 일시에 한 그릇씩 드리니, 아홉 입으로 권하는 대로 먹으니 그 수를 알 수 없었다. 술이 반쯤 취하매 여러 여자가 거짓으로 위로하여 말하기를, "장군은 잠깐 잠을 청하여 아픔을 잊으소서." 아귀가 여자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잠을 자려 하였다. 막내 공주가 아귀 곁에 앉아 말하기를, "보검을 놓고 잠을 자소서.(무기를 빼앗음으로써 아귀를 무력화하기 위한 공주의 계략) 취중에 보검을 한번 휘둘러서 치면 잔명이 죄 없이 상할까 하나이다." 아귀가 말하기를, "장수가 잠을 자나 칼을 어찌 손에서 놓으리오마는 혹 실수함이 있을까 하노니, 그 말이 고이하지(이상하지) 않으니 받아 머리맡에 세워 두라." 하고 칼을 주었다. 공주가 칼을 놓고 아귀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아귀가 깊이 잠들었거늘, 비수(날이 예리하고 짧은 칼)를 가지고 협실(곁방)로 나와 원수에게 잠들었음을 이르고 함께 후원에 이르러 큰 기둥을 가리키고 말하기를, "원수의 칼로 저 기둥을 쳐 보소서." 원수가 즉시 비수를 들어 기둥을 치니 기둥이 반쯤 부러졌다. 공주가 크게 놀라서 말하기를, "만일 그 칼을 썼더라면 성사도 못하고 도리어 큰 화가 미칠 뻔하였습니다." 아귀가 쓰던 비수로 기둥을 치니 썩은 풀이 베이지는 듯하였다.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며(아귀를 죽일 수 있게 되었으므로) 공주와 함께 아귀가 자는 방에 이르러 문을 가만히 열고 들어가 공주에게 말하기를, "매운 재를 준비하였다가 아귀의 아홉 머리를 다 베어 내치거든 즉시 재를 온몸에 뿌리소서," 약속을 정하고 비수를 메고, "아귀야!"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아귀가 잠을 미처 깨지 못하여 기지개 켤 때 자세히 보니 온몸에 비늘이 돋혀 있었다. 아귀가 잠을 깨지 못함을 보고 칼을 들어 아홉 머리를 치니 아귀의 아홉 머리가 일시에 떨어졌다. 여러 여자가 일시에 재를 끼치니 아귀인들 어찌하리오? 머리 없는 등신이 일어나며 대들보를 받으니 대들보가 부러졌다. 아귀가 한 식경(밥을 먹을 동안이라는 뜻으로, 잠깐 동안을 이르는 말)이나 난동을 부리다가 거꾸러지거늘, 공주 등이 아귀가 죽었음을 보고 분분하게(어수선하게) 치하(윗사람의 언행에 대해 칭찬)하였다. * 공주와 협력하여 대장아귀를 퇴치한 김원 시위하던(곁에서 지키고 있던) 여러 소아귀들이 장수가 죽었음을 알고 병기를 갖추고 군사를 거느려 원수를 찾았다. 원수가 그제야 장중 두목 소아귀를 보니, 신장이 구 척이요, 머리에 쌍봉 자금 투구를 쓰고 몸에 엄신갑(掩身甲, 몸 전체를 가리는 갑옷)을 입고 팔 척 장창을 들었으니 풍채가 늠름하였다. 아귀는 요술로 죽였거니와 이놈은 대적하기 어려우니 즉시 자금 용봉 투구를 쓰고 황금 대자 보신갑을 입고 비수를 들고 마굿간에 있는 으뜸 준마를 타고 나는 듯이 내달아 대진하니, 소아귀가 오랫동안 보다가 외치기를, "너는 어떤 사람이길래 무슨 원한으로 나의 대장을 죽였느냐? 빨리 목을 늘여 나의 창을 받으라. 이제 너를 죽여 우리 대장의 원수를 갚으리라." 원수가 소리를 높여 말하기를, "나는 대명(大明) 대사마 대장군 천하 병마도 총독 대원수 김원이러니, 이제 황제의 명령을 받자와 아귀를 죽이고 세 공주를 뫼시고 나가려 하여 내가 네 장수를 죽였거늘 너희만한 것이야 초개(지푸라기, '매우 하찮은 것'에 대한 비유)와 다를쏘냐?" 말을 마치자 나는 듯이 소아귀가 달려드니 대적하여 오십여 합(칼이나 창으로 싸울 때, 칼이나 창이 맞부딪히는 회수를 세는 단위로 의존명사임.)을 싸웠으나 승부를 가를 수 없었다. 원수가 정신을 가다듬어 또 오십여 합을 싸우다가 칼을 안장에 걸고 산호 채찍을 왼손에 들고 외로 둘러 바로 치니 아귀의 무리가 땅에 붙고 떨어지지 아니하였다. 아귀가 놀라 말에서 내리려 하였는데, 발이 안장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원수가 칼을 들어 그 아귀들을 다 죽이니 소아귀가 또 달려들었다. 원수가 기세를 타서 좌충우돌하니 아귀의 머리가 추풍낙엽 같았다. 원수가 돌아서 나오려 하니 문을 지키는 장수가 또 덤벼들었다. 그런 것들은 칼을 한 번 휘두르매 썩은 풀이 베어지듯 하니 주검이 산과 같고 피가 흘러 시내가 되었다. 원수가 심신을 진정하고 공주를 모시고 두루 살펴보니 사면 곳간에 보배가 즐비하였다. 모두 끌어내어 놓고 누각을 보니 삼사 층 별당이 샅샅이 있고 보패를 얽었으니, 산호 기둥이며 청석 마루와 유리벽이며 호박 주초에 백옥대를 세웠으며 용린 기와에 수정렴을 달았으니, 서기가 반공에 어리고 사치가 장려함을 다 기록할 수 없었다. * 아귀를 시위하던 소아귀까지 소탕한 김원 공주와 모든 여자들이 원수께 사례하기를, "팔자가 기박하여 부모를 이별하고 아귀에게 잡혀 외로운 혼령이 될 뻔하였는데, 원수의 크나큰 은혜로 다시 하늘 아래에서 부모를 상봉하게 되오니 은혜 백골난망이란 말은 오히려 부족하옵니다." 원수가 치사하여(칭찬하여) 말하기를, "공주의 넓으신 덕으로 아귀를 죽이고 이런 흉악한 곳을 무사히 면하게 하오니 황제의 은혜를 저버리지 아니하도소이다." 하고, 그 동천을 다 불태우고 공주와 모든 여자들을 데리고 둥우리(짚이나 댑싸리로 바구니와 비슷하게 엮어 만든 그릇)에 나아가 가로되, "세 분 공주는 둥우리에 오르소서. 황상의 기다리심이 일각이 삼추 같사오니(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여 짧은 시간도 길고 지루하게 여겨짐) 모름지기 수이 오르시고 둥우리를 내려 보내시면 모든 여자들을 내보내고 신은 나중에 올라가겠습니다." 공주가 가로되, "원수가 큰 공을 세워 잔명을 보전하였으니 먼저 올라가시면 우리는 뒤쫓아 올라가겠습니다." 원수가 머리를 숙이고 사양하기를, "신은 신하된 자라. 공이 무엇이길래 어찌 감히 먼저 올라가리이까? 공주는 바삐 오르소서." 공주가 말하기를, "먼저 오르소서 한 뜻은 뒷근심이 있을까 함이었사오니, 그러하면 장군과 함께 가사이다."(복선의 기능) 원수가 크게 놀라고 듣지 않으니 하릴없이 모든 여자를 분배하고 방울을 일시에 흔드니, 지혈을 지키는 군사가 방울 소리를 듣고 일시에 줄을 당기어 지혈 밖으로 올렸다. * 공주와 여자들을 먼저 지혈로 올려보냄. 공주를 마지막으로 안돈하게(마음을 정리하여 안정되게 함.) 하고, 다시 둥우리를 내리우는데 부장 강문추가 마음에 생각하되, '이제 김원이 지혈에 들어가 큰 공을 이루고 공주를 모셔 내었으니 서울로 돌아가면 일등 공신이 될 것이요, 나는 아뢸 공이 없으니 차라리 김원을 지혈에서 나오지 못하여 죽게 하고 저의 공을 빼앗음만 같지 못하다.' 하고, 심복 군사를 불러 여차여차 하라 약속을 한 후 둥우리를 내리우다가 군사가 그 줄을 놓아 버렸다. 강문추가 놀라는 체하며 공주께 아뢰기를, "큰 변이 났나이다. 지혈에 둥우리를 조심하여 내리옵더니 그 속에서 찬 바람이 일어나며 사슬을 잡아당기니, 군사가 견디지 못하여 놓아 버렸나이다." 라고 하였다. 공주와 모든 여자들이 모두 놀라며 간담이 떨어져 통곡하다가 막내 공주가 첫 공주께 고하기를, "일이 여차하니 빨리 서울에 올라가 황상께 이 연유를 고하여 다시 둥우리를 준비하여 김 원수를 구하여 냄이 옳을까 하나이다." 두 공주가 대답하기를, "김원이 그때까지 살아 있을 줄을 어찌 알리오?" 눈물을 흘리며 금덩(황금으로 호화롭게 장식한 가마)에 올라 모든 여자를 거느리고 황성으로 행하니, 강문추가 군사에게 분부하여 흙과 돌을 운반하여 지혈을 메웠다. 이때 원수가 세 공주를 먼저 보내고 다시 둥우리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데, 둥우리가 떨어지며 흙과 돌이 무수히 떨어졌다. 원수가 크게 놀라서 말하기를, "반드시 내 공을 꺼려 나를 헤치려 하는 자가 있도다." 하고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고 말하기를, "명나라 대원수 김원이 황명을 받들어 지혈에 들어와 아귀를 소멸하고 공주와 수많은 여자를 구하여 낸 후에 나가려 하였삽더니, 천만 의외에 변을 만나 다시 성상과 부모를 뵙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게 되었사오니 하늘은 살피소서." 하며 통곡하더라. * 부하의 시기로 지하에 홀로 갇히게 된 김원 <뒷부분 줄거리> 김원은 동굴 속에서 용왕의 아들을 구하고 용왕의 딸과 결혼하여 인간 세상으로 나왔다가 도적을 만나 죽게 된다. 용녀가 이 사실을 용왕에게 고하자 용왕이 김원을 회생시킨다. 용녀를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온 김원이 천자께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자 천자는 김원을 배신한 부하를 베어 죽이고 김원을 부마로 삼는다. 김원은 그 귀 신선이 되어 승천한다. |